> 난 전시실 > 회원 난 실 탐방 벗 사이의 아름다운 사귐을 표현할 때 흔히들 지란지교(芝蘭之交)나 금란지계(金蘭之契)와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 우정의 아름다움은 곧 난의 향기와 자태처럼 아름답고 고귀하고 또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벗이 아닌 다른 사람과의 모든 만남 역시 난이 지닌 그런 아름다움과 같아야 할 것이다. 삭막한 도시 공간에서 난을 통해 그 의미를 배워 나가고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분당한국춘란회 수석부회장 정연훈씨는 현재 제약회사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평소 즐기던 산행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난과의 만남도 소홀해질 만큼 시간에 쫓기어 산다고 한다. 이렇듯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생활로 인해 미간을 찡그리는 일이 잦지만 그의 모습에서는 흔치 않은 여유와 너그러움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그 동안 난을 가까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난의 정신을 터득한 내공덕분일 것이다. 정연훈 씨는 말한다. 그가 분당한국춘한회에 가입한 것도, 또 여러 사람들과 산행을 즐기는 것도 모두 그것들을 통해 좋은 사람과 좋은 난을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12년 전 지인의 소개로 본격적인 난 배양을 시작한 그는 난을 만나기 전부터 이미 등산에 취미였고 여타 종류의 식물 역시 좋아했었다. 지금은 전문가라는 칭호가 부끄럽지 않은 그이지만 여러 애란인과 마찬가지로 철음 난을 접했을 때에는 관련 지식 습득이 쉽지 않았을 터이다. 난 지식을 얻고 또 사람들과의 교류를 위해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하게 되었고, 지금은 오프라인 활동도 활발히 하며 만남을 즐기고 있다. 평소 그가 지닌 성품과 애란생활의 참모습이 무척이나 유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가끔 난을 금전적인 가치로만 평가하는 일부의 시선에 대해서는 못마땅한 속내를 굳이 숨기지 않는다. 난과 애란생활의 진정한 가치를 왜곡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고가의 난을 찾아다니거나 구입하지 않는다. 그저 애란생활을 즐기고 난을 잘 키우는 것에서 보람과 재미를 느낀다. 또 난을 통해 알게 되는 사람과의 좋은 만남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한다. 정연훈 씨는 두 개의 난실을 가지고 있다. 평소 좋아하던 엽예품은 아파트 베란다 난실에서 배양하고, 최근에야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화예품은 대부분 분당한국춘한회 사무실을 겸한 공동배양장에서 배양한다. 그의 아파트 베란다 난실에는 150여 분의 엽예품이 배양되고 있다. 남향인 덕분에 햇빛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여느 아파트 베란다와 다를 바없이 낮동안 급격하게 온도가 상승하수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한 별도의 장치를 설치하여 대비하고 있다. 겨울에는 온도 센서가 부탁된 두대의 환품기를 설치해서 온도를 조절해 준다. 난실의 온도가 일정 수준이상으로 상승하면 자동으로 두 대의 환풍기가 작동하게 되어 항상 0~12℃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여름에는 환풍기를 제거하고 그 대신 차광막을 설치하여 지나친 햇빛을 차단하며 또 창문을 열어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하여 적정 온도를 유지한다. 그는 애란생활 12년 동안 단 한 번도 동해나 병충해로 인한 피해를 입은 적이 없다. 그만큼 난과 난실의 환경을 잘 파악하여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관수는 일반 수돗물을 그대로 이용하고, 활력제 등 시비는 모두 엽면에 스프레이로 주는 것으로 만족한다. 물론 계절에 따른 횟수나 양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달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관수나 시비 후에는 반드시 말려서 습기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 한다. 정연훈 씨는 얼마 전 베란다 난실의 150여분을 모두 분갈이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나을 돌보지 않아 지난 1~2년 동안 난이 형편없이 자랐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이 시작하는 마음으로 난을 돌볼 생각이란다. 여담으로 난을 팔기도 하냐는 질문에는 그는 기겁을 한다. 전시회 출품작이든 그렇지 않든 결코 판매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다만 서로간의 교환은 가능하다고 그는 말한다. 다시 한 번 난의 정신과 그의 성품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꼽는 애란생활의 즐거움이지만 그는 이미 여러 사람이 만나고 싶은 공자가 말한 그런 선한 사람(善人)인 듯하다.